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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헌안에 건강권을 넣자①] "40년 돈 냈는데, 6개월 체납했다고 보험 배제한다니..." (오마이뉴스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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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돈 냈는데, 6개월 체납했다고 보험 배제한다니..."
[개헌안에 건강권을 넣자①] 28일, 국회에서 건강권 피해사례 증언대회가 열립니다


2017.11.22. 홍춘택(change2020)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개헌논의에 대한 국민의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다. 권미혁의원실, 국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바꿈·세상을바꾸는꿈은 오는 11월 28일 오전 10시, 건강권이 보장된 개헌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건강권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국회에서 개최한다. 이에 건강권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 세 편을 나눠 싣는다. -기자말

문 : 헌법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서 보호를 받는다" 이걸 혹시 아셨어요?
답 : 아니요. 전혀 모르죠.
문 : 건강은 권리다, 인권이다. 이런 거는?
답 : 아니죠. 자기 문제인줄 알았죠.
문 : 헌법에 건강과 관련해서 뭐라고 한마디라도 넣었으면 좋겠다. 이런 게 있으신가요?
답 : 너무 광범위한 느낌이라. "누구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너무 식상하잖아요?

건강은 그저 개인 문제일까?

"(건강이요?) 자기 문제인 줄 알았죠."

건강권을 침해당한 피해자와 주고받은 대화 중 한 부분이다. 그렇다, 건강은 개인 문제다. 담배를 안 피우면 혹은 끊으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좀 더 건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건강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고, 건강권은 헌법에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주장한다. 개인이 선택하거나 책임질 수 없는 건강 문제가 있고, 그것이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일어났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봐도 그렇다.

기업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정부가 허가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결국 사망에 이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바뀐 도지사로 인해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지던 공공의료기관을 폐원 당한 진주 지역 주민들, 제 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대책을 소홀히 한 보건당국 때문에 희생된 메르스 피해자들...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어선 건강문제들이다. 내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아니고, 메르스 피해자가 아닐 수 있던 건 그저 운 덕분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운이 좋을 수 있을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더 건강해지려 했던 것인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조00씨는 당시 누구나 그랬듯이 동네 근처 마트에 가족이 함께 장보러 갔다가 가습기살균제 판촉 행사를 계기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평소 화학제품을 구매할 때 성분을 따져봤던 그다. 그가 잘못한 것이라면 가습기에 물때가 덜 끼어 좋다고 한 기업의 홍보를 믿은 것뿐이다. 나중에야 밝혀졌지만, 제품 허가부터 소비자가 구매하여 사용할 때까지 정부는 위험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소비자 안전을 위한 규제도 없었다.

피해자는 2009년 말부터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기침 증상이 심해졌는데, 이때도 퇴원해서 집에 있을 때는 가습기살균제를 계속 사용했다. 이 때문에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그저 개인이 잘못한 것이라고 넘겨버릴 일일까? 그나마 다행인 점을 찾자면 다른 가족들의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가습기와 거리가 있어서, 다른 방의 자녀는 촉촉한 게 싫어서 가습기를 꺼버렸다.

기업의 잘못을 처벌할,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법적인 근거도 없고,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치료를 보장받을 법 규정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상황을 맞아야 했다(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2017년 1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피해자들이 지금 어떤 그 피해 입은 거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치료라든지 이런 거에 지금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단 말이지요... 우리나라 기업인 애경이나 롯데, 그 외의 다수의 기업은 뭐를 했냐 말이죠. 해 놓은 기업이 없어요. LG도, SK도 마찬가지고."

조00씨와 같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우리들 누구나 그러하듯이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을 했었다. 결국 기업에 속은 것이고 정부의 무책임에 더 큰 상처를 입었지만. 당시 가습기살균제가 건강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래도 건강이 그저 개인의 책임으로 남을 수 있을까?

"내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내 나라인데... 기업과 정부와 잘못한 어떠한 그런 과정 때문에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왔고,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여러 가지 감춰진 일 때문에 외국 기업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이 지금 처벌 받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그 피해 입은 거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치료라든지 이런 거에 지금 너무 힘들어 하고 있어요."

2016년 11월 8일까지 5,117명이 정부기관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등 피해를 신고했고, 그 중 사망자는 1064명이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렴 사망자가 2만여 명에 가깝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헌법 36조 3항("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은 어떤 의미일까?

[성소수자] 아픔을 드러내기도, 정체성을 밝히기도 힘들다

성소수자 건강 피해 문제를 증언한 이00씨는 성소수자를 범죄자처럼 대하는 오해와 편견이 문제라고 증언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과 더불어, 정체성이 드러났을 경우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이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진료를 받을 때도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기 어려워 상시적으로 건강관리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자기 자신을 속이고 살아가야 되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간에 성소수자의 정신 건강이 굉장히 많이 걱정이 돼요.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커밍아웃 하면) 직업을 잃을까봐, 따돌림 당할까봐, 혐오와 차별을 당할까봐 본인의 정체성을 얘기할 수 없는 거예요. 그게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고 정신적으로 해를 끼치는 일이겠습니까?"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는 잘못된 의료 정보 때문에 더 커지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사회적 차별을 더 확산시키는 것이다. 특히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당사자들을 더 큰 고통에 빠뜨린다. 증언자가 얘기하듯, 성소수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회적인 차별 때문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헌법이 개정되고 건강권을 포함한 여러 사회권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이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보편적 인권을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의 여러 취약계층에게 더 나은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기저귀도 생존 도구인데... 지원은 없고"

장애인 건강 관련 증언자는 22세 뇌병변 중증장애 아들을 돌보는 장애인부모 최00씨이다. 최씨는 장애인특수학교의 문제점,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장애인 접근성을 저해하는 공공시설, 중증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등이 장애인 가족을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학교 안에 전문가가 없어요, 지금... 아침에 9시 와서 꽁꽁 묶여 놔 여기 가슴 벨트 골반 벨트 다리도 뻗치니까 다리도 묶어요. 세 군데를 묶어놓거든요. 아침에 9시 와서 12시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중략) 이 아이들은 스스로가 이 동작이 안 되다 보니까 굳어지게 되는 거예요."

또한 국립재활병원의 사업으로 아들의 손 기능, 언어 기능, 물리작업 등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좋았던 경험을 말하며, 중증장애인을 위한 검사 기계나 건강검진 체계가 없음을 토로했다. 최00씨는 중증장애아를 키우고 돌보면서 들어가는 치료비, 보조기구, 기저귀 비용 또한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의료급여나 산정특례에 포함되는 장애 범주가 아니어서 지원은 거의 없지만, 평생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최00씨와 같은 일반적인 중산층의 경제력으로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저소득층 장애인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울지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겨울 되면 연탄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쓰는 거랑 똑같아요. 기저귀 없으면 불안해요.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휠체어는 없으면 안 나가면 되요 그냥. 근데 기저귀는 없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밥 한 끼 먹어서 안 죽잖아요. 근데 기저귀는 없으면 안 돼요. 진짜 더 절실한 거거든요 기저귀는. 그런 것들을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는 게... 저희들한테는 생존 도구예요."

면담자인 최00씨는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국가에서 기본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찌 보면 작은 지원이지만, 그것이 장애인을 사람답게 살게 한다. 장애인의 건강은 건강에 관한 문제이자 생존에 관한 문제인 셈이다.

[건강보험 체납] "평생 일하며 건강보험료 냈는데..."

건강보험 급여 정지로 피해를 입은 김00씨는 "남편은 열심히 일한다고 나가지만 장사가 안 돼 수입이 거의 없다"며 "본인도 몸이 아파 돈을 벌러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월세도 밀리는 처지다. 당장 급한 전기요금, 가스비 내기도 버거워 건강보험료는 계속 체납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갑상선 질환이 악화되고 앉기조차 힘들 정도로 무릎이 안 좋아졌지만, 정작 아이들이 걱정이었다. 그는 "혹시 활발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다쳐서 병원에 갈 일이 생길까봐 더 걱정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김씨 외에도, 이와 같은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너무 성격이 활발해버리면 부러질까봐 다칠까봐... 놀다가 자전거도 타고 다니고 그러니까. 다치고 사고날까봐 전 항상 그걸 기도해요. 우리 둘째 아무 탈 없이 오늘 하루도 자라게 해달라고. 병원 갈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

김00씨는 국민을 위해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체납을 왜 했는지 확인하거나 물어보는 절차 없이 압류에 체납, 독촉 통지만 보냈다며 속상해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차압한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어찌 보면요, 적다면 적은 돈이에요. 그걸 왜 못 냈을까? 제일 중요한 건강이랑 상관되는 건데, 병원을 가야 될 텐데, 왜 체납을 시켰는지 (건강보험공단이) 좀 알아 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국에선 누구나 성인이 되어 독립하거나 소득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고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낸다. 은퇴 후에도 죽기 전까지 내야 한다. 건강보험료 체납은 최소 50년이 넘어 갈 전체 납부 기간 중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40년 간 열심히 건보료를 냈더라도 6개월 체납했다면 보험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개헌 그리고 건강권

헌법에 건강과 관련해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서 보호를 받는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도 놀랍고, 건강은 그저 자기 문제, 개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다는 김00씨. 그에게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헌법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건강권을 만들어야 할까?

11월 28일(화)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장에서는 건강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증언대회가 열린다. 그들의 증언을 통해 우리의 헌법이 어떻게 인간의 건강을 지켜내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 건강권 피해사례 증언대회 11월 28일(화)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는 건강권 피해사례 증언대회가 열린다.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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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홍춘택 기자는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초빙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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