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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할 권리’를 새 헌법에, 시민이 외치다 (한겨레신문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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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할 권리’를 새 헌법에, 시민이 외치다 (한겨레신문 2017.11.15.)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 쪽방,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이 네 가지 문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글 제목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그중에서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전문용어로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라 한다.

온종일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가난한 독거노인, 건강보험료 체납자, 몸과 마음이 아픈 노숙인, 이 네 집단이 닮은 점도 생각해보자. 적절한 의료나 돌봄이 필요한데 제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제힘으로 하라고 하거나 각자 책임지라고 할 형편이 아닌 것은 ‘사회적 결정요인’과 마찬가지다.

11월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들이 함께 외치는 행사가 열린다. 이름하여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증언대회. 더 튼튼한 건강보장과 의료보장이 필요한 당사자가 나서서 개정 헌법에 자신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참이다. 아프고 절박한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부탁드린다.

곧 백살까지 수명이 늘어나는데 건강권이 웬 말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누구나 건강보험이 있고 병원도 그리 흔한데, 건강과 치료는 오로지 자기 할 탓이라 할 수도 있다. 정말 그런가, 이날 발언할 사람들에게 돌아가보자. 이들에게 건강은 조심한다고 다 될 일이 아니고, 의료와 돌봄은 혼자서 감당하기 벅차다. 내 힘으로는 안 되니, 그렇지만 건강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 헌법에 있는 건강권 조항은 간단하고 모호하다. 제36조 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 것이 전부다. 좀 더 넓히면 제34조 2항에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다. “국가는 ~~을 보호해야 한다”고 못 박지 않았다. “보호를 받는다”는 어정쩡한 표현으로, 책임 주체인 국가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있다. 사회보장도 적극적 의무가 아니라 그냥 ‘노력’하는 정도다.

지금 헌법은 국제 사회가 권고하는 건강권에 미치지 못한다. 가령 유엔 사회권 규약이 정한 건강권은 “성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다. 다른 나라 헌법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 몇년 전 미국의 조디 헤이먼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1개 유엔 회원국 중 14%가 보건에 대한 권리를, 38%가 의료에 대한 권리를, 그리고 36%가 전반적 건강에 대한 권리를 헌법에 규정했다. ‘무상의료’를 보장한다는 국가가 무려(!) 5%나 되고, 어린이(13%), 장애인(6%), 노인과 사회경제적 약자(각각 5%) 등 집단별로 따로 권리를 명시한 나라도 여럿이다. 우리도 이제 ‘강한’ 건강권을 명시한 헌법이 필요하다.

어떤 건강권인지도 중요하지만, 나는 당사자가 증언하고 요구하며 같이 토론하는 이번 과정이 헌법 가치인 건강권의 취지에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밀실이 아니라 광장에서, 일부 정치인과 전문가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헌법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건강할 권리와 국가 책임을 논쟁하는 것이 헌법 ‘민주화’의 시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할 말이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11월28일 국회 증언대회에 오시기 바란다. 학자, 국회의원, 재판관이 아니라 주권자의 의견과 요구가 더 소중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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